
우리 집은 추석날과 설날이 가까워지면 방문 종이를 새로 발랐다. 할머니는 유독 큰방 문에만 손바닥 면적만큼 문종이를 오려내고 대신 뙤창을 붙였다. 부엌으로 통하는 샛문에도 마찬가지였다. 뙤창은 거듭 사용한 이력값을 하느라 얼룩덜룩했다. 새뜻한 문에 댄 헌 유리 조각은 비단옷에 덧댄 헝겊 같았다. 유리 조각 뙤창은 보기는 싫었지만 문을 열지 않고 밖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할머니는 이곳을 통하여 밖에 누가 왔는지, 식구들이 무얼 하는지를 살폈다. 뭐니 해도 이 뙤창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어머니가 부엌이나 마당에서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방에서도 할머니가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귀찮지도 않은지 짬만 나면 구멍에다 눈을 맞추었다. 할머니가 뭐라 하시든 어머니는 “제가 잘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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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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