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금 / 김상영
겨울답지 않게 눅진눅진 꿉꿉한 나날이다. 사계절이 진퇴양난에 빠진 듯했다. 애써 깎아 말리던 곶감에 곰팡이가 슬어 내버린 지도 제법 되었다. 가을걷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장터 고스톱 꾼들은 매일이다시피 판을 벌였다. 적막한 시골살이에 심심풀이 땅콩과도 같은 고스톱판은 티격태격 정을 쌓고 소주잔을 나누는 사랑방과 같았다. 그렇긴 해도 다슬기를 주워 판 알토란같은 돈을 몽땅 털리게 된 날 나는 어슬어슬 추웠다. 찬물에 떨며 허덕댄 보람이 밤새 도루묵이 된 것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더니, 재주가 모자라는 데다 운도 없는 날이었다. 잃을 때도 있고 딸 때도 있어 그게 뭐 그리 대수이랴 마는 생고생한 돈이라 섭섭하였다. “지갑이 썰렁 타, 돈 좀 주소.” “얼마나?” “돈 십만 원이면 안 되겠나.” “현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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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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