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리고 운명 / 장석창
운명은 우연으로 다가와 필연으로 자리매김한다. 그 순간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인식하게 된다. 28년 전 우리의 만남도 그러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당시 나는 1년 남짓 이어온 신경외과 전공의 생활을 중단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 연말 나는 삼십 대 남성의 주치의를 맡았다. 유전성으로 발생한 다발성 뇌 혈관종 환자로 애초에 완치는 불가능했다. 이 방면에 권위자라는 담당 교수는 치료방법을 선뜻 정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었다. 입원 후 일주일 만에 뇌압을 낮추는 간단한 수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 사이 환자의 의식은 명료했고 다른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수술 예정일 새벽에 환자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지더니 중환자실에서의 집중치료에도 이틀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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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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