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제23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진다. 시간이 응축된 결 사이로 먹빛 농담들이 그윽하게 번져 있다. 백년의 세월 속에 잠시 머물렀던 시간들이 망설이듯 멈춰 섰다간 일필휘지 굽이쳐 흘렀다. 마을회관을 지으려고 빈 집을 허물면서 베어진 감나무였다. 차탁으로 귀히 쓰인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찾아간 자리였다. 반으로 자른 단면을 손으로 쓰다듬으니 아릿한 기억들이 묻어나온다. 감이 주렁주렁 달린 시골마을이 열두 폭 병풍처럼 펼쳐진다.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이면 담장을 넘어온 가지마다 홍시가 탐스럽게 익었다. 초가집 일색인 마을에서 단 하나 뿐인 기와집이 할머니의 집이다. 고샅길 막다른 곳에 이르면 솟을대문이 어린 나를 압도했다.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조할아버지가 아래채에 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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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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