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 신작로에는 지하도가 하나 있다. 20미터 남짓 되는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지하도이다 보니, 다니는 사람이 많질 않다. 불현듯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철로 아래 굴다리를 함께 지나다니던 기억이 나서, 어제는 가까운 횡단보도 대신 아들 녀석의 손을 잡고 저만치 떨어져 있는 지하도를 건넜다. 둘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왕왕거리며 지하도 내에서 메아리 되어 돌아다녔다. 그 소리에 문득, 메아리가 우리 삶에 건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보이오티아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요정에 얽힌 그리스 신화가 생각난다. 수다쟁이 에코 때문에 제우스의 외도 현장을 놓쳐버려 화가 난 헤라 여신, 그 여신이 내린 저주로 인해 말 대신 상대가 한 말 중 귀로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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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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