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어찌 / 양주동
내가 중학교의 전 과정을 단1년 간에 수료하는 J중학 속성과에 입학한 것은 3.1운동 이듬해였다. 그 때까진 고향에서 한문학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문학이라면 노상 무불통지를 자처하는 나였으나, '처녀작','삼인칭' 같은 신식 말 때문에 크게 고심하던 중이어서, 나는 참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신학문을 배우러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개학 전날, 교과서를 사 가지고 하숙에 돌아와 큰 호기심을 가지고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 '처녀작', '삼인칭'에 못지않은 참 기괴한 또 한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게 곧 '기하'라는 것이었다. '기하'의 '기'는 '몇'이란 뜻이요, '하'는 '어찌'란 뜻의 글자임이야 어찌 모르랴만, 이 두 글자로 이루어진 '기하'란 말의 뜻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기하'라? '몇 어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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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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