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여니 향긋한 냄새가 와락 몰려든다. 무엇일까. 두리번거리는 내게 텔레비전 위에 작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냄새는 거기서 나는 것 같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했던 처제에게 친구가 가져왔다던 세 개의 모과, 그 때 처제는 제일 잘 생긴 것으로 골라 나에게 주었었다. 헌데 언젠가 보니 바쁜 일상의 뒷전에서 보아주는 이 없이 저만치 밀려나 메마른 쪼그랑박이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던 물건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빈집을 지키며 방안 가득 향기를 채워 놓고 있었으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만히 모과를 들어본다. 노오랗던 처음의 색깔이 이젠 거무스름해졌고, 그나마 쪼그라져 메마른 모습에는 아무런 향기도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모과를 처연한 모습으로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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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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