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에 두어번 동네 목욕탕엘 간다. 모두가 벌거벗은 편안함과 평등함이 좋고,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고 생각에 잠기는 것도 한때의 즐거움이다. 또한 살내음 나는 여인들의 몸매를 읽어내려가며, 그들의 몸매에서 여인들의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여인의 몸매는 각자 그만의 주제를 담고 있는 인생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해가는 모습은 나의 그림이기도 하여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꽃봉오리처럼 봉긋한 유두의 부끄러움에서 나의 소녀 시절을 보고,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아낙네에게서 내 젊은 날을 떠올린다. 딱 벌어진 어깨와 늘어진 가슴, 층층이 주름 잡힌 배와 등판에 숨김없이 드러난 피곤의 자국에서 연민을 느끼고, 진흙팩이나 오이를 갈아 맛사지 하는 여인에게서 흘러가는 시간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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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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