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잠버릇이 사납지 않은 아내지만 잠 찜에 한쪽 다리를 내 배위에 올려놓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면 아내의 무의식적인 신뢰에 안도하면서도 순간 숨이 막힐 듯하다. 다리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그 다리에는 아내와 두 아이를 합친 가족의 무게가 함께 실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기억을 더듬는다. 60년 대 소매치기가 한창 기승을 떨던 시절이었다. 버스 손잡이에 넋 놓고 매달려가던 나는 깜빡하는 사이 손목시계를 날치기 당했다. 그 후 어쩌다 손목에 눈이 갈 때면 시계 찬 자리에 동그랗고 붉은 원이 상흔처럼 아른거렸고,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도 했다. 손목의 허전함은 시계의 무게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본디 무게에 심리적인 무게가 덧놓이면 실제보다 무겁게 다가오..
수필 읽기
2022. 2. 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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