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 이은희
봄은 약속이나 한 양 어김없이 천변으로 돌아왔다. 그를 목메어 기다린 사람도 없건만, 한사코 돌아와 우리를 반긴다. 꽃들이 꽃망울을 거침없이 터트리고 있다는 건, 천변이 주가를 올릴 날도 머지 않았다는 증거다. 발 없는 말은 꽃 소식을 달동네 아무개에게도 알리고 말리라. 사람들은 머지않아 꽃구경을 핑계로 이름난 일탈(만남)을 감행하리라. 모두 제 발로 달려와 듣기 좋은 말로 천변을 마구 흔들어댈 것이다. 연일 매체에선 아래 지방에 매화꽃이 구름같이 피었다고 보도한다. 내 고장 무심천 언저리에도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졌다. 그들이 손짓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는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은 '천변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느라 전화통이 불이 날 것이다. 나도 덩달아 휩쓸린다. 가족과 직장 동료, 연인일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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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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