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천지가 붉은색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넓은 벌판은 온통 자운영(紫雲英) 꽃밭이었다. 그 가운데로 이어진 방죽길을 걸어가는 어머니의 흰색 저고리도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어머니를 졸졸 좇아가는 나의 얼굴이며 온몸은 붉은 자운영 물감을 덮어쓰고 있었다. 꿀과 꽃가루가 유채보다 더 많은 자운영, 그 꽃밭에는 꿀벌들이 윙윙 소리 내며 날아다니고,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숨바꼭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파란 하늘에 햇살도 눈부신 화창한 봄날, 어머니는 보퉁이 하나는 머리에 이고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딸네 집으로 나들이에 나섰다. 마흔아홉에 낳았다고 하여 ‘쉰둥이’로 불린 나는 어머니가 가는 길이라면 어디거나 졸졸 따라갔다. 자나 깨나 농사일을 하는 어머니와 50살 나이 차이의 코흘리개 막내둥이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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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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