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세월 / 목성균
여름이 다 간 어느 날 동생들이 어머니를 뵈러 왔다. 어머니를 모시고 달빛이 교교한 베란다에 둘러앉아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그날 밤도 오늘밤처럼 달이 째지게 밝았다. 오랜만에 아버지가 읍내서 집에 돌아 오셨다. 빈손으로 집에 들어오시기가 미안하셨던 것일까, 웬 돼지다리를 하나 들고 오셨다. 앞다리인지 돼지다리가 작았다. 어머니와 우리 삼 남매가 툇마루의 철렁한 달빛 아래 삶은 돼지 다리가 담긴 함지박을 놓고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들고 오신 돼지다리를 삶아다 놓고 야행성 맹금류처럼 뜯어먹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뜯어 놓는 고기 첨을 삼 남매는 정신없이 주워 먹고 있었다. 그 때 안방에서 할머니가 담뱃대로 놋재떨이를 탕탕 치며 역정을 내셨다. 깜박 드신 잠이 우리들의 돼지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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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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