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부는 날엔 춤추고 싶다. 옥상 위에 널린 하얀 이불 호청이 되어 출정하는 배의 돛폭처럼 허공으로 힘차게 펄럭이고 싶다. 살아갈수록 때가 끼는 마음 자락을 씻어내어 볕 좋은 날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 말리고 싶다. 묵은 세월에 얼룩지고 땀내에 절은 나를, 빨래 방망이로 탕탕 두들겨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궈내고 싶다. 어릴 적, 외할머니는 빨래비누에 치댄 속 고쟁이를 우그러진 놋양푼에 담아 바글바글 삶곤 하셨다. 삭아서 고무줄이 툭툭 터지는 속옷들을 신명나게 방망이질하여 마당에 내다 말리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햇볕이 아깝다, 정말 아까워." 하시던 말씀이 이제는 딸아이에게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되었다. 저 무수한 햇볕을 공으로 쏘이면서 단 한 번도 그것에 고마워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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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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