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모니터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바꾸고 나니 진료실이 달라 보였다. 큼지막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TV밖에 모르던 놈이 대형스크린 앞에 선 것만큼이나 마음이 들뜨기까지 하곤 했다. 물론 오래 가지 않을 얄팍한 감정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교체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엔 그랬다. 환자나 환자의 가족들도 만족해하는 눈치는 마찬가지였다. 번거로이 고개를 쭉 빼고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지 않고도 앉은 자리에서 쉬이 병변을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잠깐이긴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보면 뭔가 내 쪽에서도 변화를 줘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압박감 같은 것이 피어오르곤 한다. 해서 나는 묵은땅을 갈아엎는 봄날 농부마냥 모니터의 배경화면부터 갈아치우기로 마음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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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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