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의 아름다움 / 김훈
자전거는 땅 위의 바퀴다. 자전거는 갯벌을 지나서 물 위로 갈 수 없다. 자전거는 늘 갯벌에서 멈춘다. 그리고는 갈 수 없는 먼 바다를 다만 바라본다. 나는 어느 날 갯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늘 바라보기만 하던 바다로 나아갔다. 항구에서 연근해 어선을 탔다. 어선의 갑판에 널린 물건들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어선은 그 무질서해 보이는 모습 속에 가지런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어선의 갑판에는 필수 불가결한 물건들만이 정확한 제자리에 놓여 있는데 그 전체의 모습은 어수선해 보인다. 내가 탄 배는 병어 잡이를 주목적으로 삼는 배였지만, 그물을 걷을 때마다 새끼고래에서 꼴뚜기까지 다양한 생선들이 올라왔다. 그 배에서 4박5일을 지냈다. 내가 탄 배는 10박 11일의 일정이었다. 흔들림에 약한 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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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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