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떠나다 / 백금종
전주 서남쪽 모퉁이에는 푸른 산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백로들이 날아와 터를 잡고 살았다. 나는 가끔 이곳을 지날 때면 떼거리로 앉아 끼룩끼룩 소리 지르고 날개를 펄럭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넋을 놓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 커다란 새이지만 멀리서 보면 내 유년 시절 파란 잎 위에 몽글몽글 핀 목화송이처럼 고왔다. 또 다른 때는 겨울철 소나무 위에 소복이 내렸던 눈이 녹아내리고 조금씩 남아있는 잔설처럼 아련하기도 했다. 어쩌다 목을 길게 내밀고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을 날 때 그 기세란 가히 주변을 나는 다른 새들을 압도하는 공포의 몸짓이었다. 때로는 멈춘 듯 정지된 상태로, 때로는 벼락 치듯 요동치는 몸놀림은 정중동 자연의 순리에 딱 맞는 새인 듯했다. 목 줄기 따라 흘러내린 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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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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