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 정성화
장터 한복판에 점포도 없는 가정집이 있다는 것은 싱거운 일이다. 왁자지껄한 시장바닥에 양 쪽 귀를 틀어막고 앉아 있는 모양새의 집이 바로 우리 집이었다. 그래서 닷새에 한번씩 장날이 되면 시장판으로부터 온갖 실랑이와 악다구니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육두문자 섞인 욕지거리가 방안까지 차고 들어왔다. 우리 집이 '버드나무집'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집 앞 양쪽에 지붕 높이만한 버드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바닥에 누워 창문을 올려다보면 버드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천막을 붙들어 맨 줄에 스칠려서 군데군데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위쪽으로 갈수록 성한 가지가 없는 나무였다. 때로는 매어놓은 줄이 너무 팽팽해서 나무는 중심을 잃은 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도 했다. 나무는 우리가 그 집으로 이사 오기 오래 전부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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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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