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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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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 윤오영 (1)
부끄러움 / 윤오영

고개 마루턱에 방석소나무가 하나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 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는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오면 한 번씩은 이 집을 찾는다. 이 집에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열세 살 되는 누이뻘 되는 소녀가 있었다. 실상 혼수를 따져 가며 통내외까지 할 절척(切戚)도 아니지만 서로 가깝게 지내는 터수라, 내가 가면 여간 반가워하지 아니했고, 으레 그 소녀를 오빠가 왔다고 불러내어 인사를 시키곤 했다. 소녀가 몸매며 옷매무새는 열 살만 되면 벌써 처녀로서의 예모를 갖추었고 침선이나 음식솜씨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집 문 앞에는 보리가 누렇게 패어 ..

수필 읽기 2020. 7. 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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