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고빗사위다. 아침부터 매지구름이 덮인다 싶더니 흘레바람이 흙내를 들추며 문지방을 덮친다. 부리나케 장독으로 달려가 뚜껑을 덮고 빨래를 거둔다. 호박말랭이, 시래기타래도 정신없이 안고 뛴다. 열어젖혀둔 창문 틈이 생각나 후다닥 몸을 다시 일으킨다. 다행히 비는 틈새로 미처 발을 디밀진 않았다. 처마 밑에서 가만히 비를 긋고 바라보는데 아뿔싸! 마당 귀퉁이에 널어둔 버섯소쿠리가 눈에 띈다. 흥건히 젖어버린 버섯은 이미 축 늘어져 물먹은 종이처럼 흐물흐물해지고 말았다. 비가 오거나 오려고 할 때, 비를 맞혀서는 안 될 물건을 거둬들이거나 덮는 일이 비설거지다. 내가 사는 산골엔 자주 예기치 않은 비가 내려 당황하는 일이 많다. 비설거지처럼 농촌에서는 절기나 철마다 미리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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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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