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절터, 장연사지 / 변재영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물길이 비단결같이 곱다는 청도 금천(錦川)의 장연사지를 걷는다. 온화한 부처의 미소가 그리웠을까. 개망초 무리들의 탑돌이가 한창인 절터에는 살색 감꽃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넉넉했던 절터는 감밭으로 내주고 한 뼘 땅에 몸을 부비고 있는 쌍탑의 처지가 딱했다. 금당을 지켜내지 못한 회한 때문일까. 두 탑은 멀리 흘러가는 동창천만 무심히 바라볼 뿐 말이 없다. 태고를 향해 눈물짓는 망부석 같기도 하여 탑돌이 하는 내 마음이 짠해진다. 육화산의 끝자락, 나지막한 구릉에 위치한 장연사지는 모든 게 수수께끼다. 빈대가 많아 불태웠다는 구전 외에는 절의 규모도, 창건과 폐망도, 심지어 절의 이름까지 어느 문헌에도 언급이 없다. 쌀뜨물이 십 리나 흘렀다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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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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