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에 서있는 지게 하나 / 한경선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사람 하나 세상에 와서 살다가는 것이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고, 베어지는 풀꽃 같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침 안개처럼 살다 홀연히 떠나버려도 그로 인해 아파하는 가슴들이 있고, 그리운 기억을 꺼내어보며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질녘 밭에 갔더니 시아버님의 지게가 석양을 뒤에 지고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생전에 그 분 성품을 말해 주는 듯 꼼꼼하게 싸매어 파라솔 아래 묶어두었다. 겨우 이 세상 떠난 지 보름 되었는데 손때 묻어 반질반질한 지게 작대기는 아득한 옛날로부터 와서 서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와서 다시 쓰시려고…….' 지게에 눈을 두지 않으려 애써 피해도 다시 눈이 거기에 머물렀다. 혹시 발자국이 있을까 싶어 밭고랑을 살펴보았다. 자식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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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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