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거울 / 법정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짐 지고 왔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 끝은 차고 산골에는 이따금 눈발이 흩날린다. 아까 산길에서 비전碑殿에 사시는 성공性空스님을 만났다. 80이 가까운 노스님이 지게에 한짐 가득 땔감을 지고 가시는 걸 보고,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온유한 수행자의 모습에 숙연해졌다. 요즘은 밥 짓는 공양주가 한 사람 들어와 다행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스님들 두 분이 손수 끓여 자시면서 지냈다. 정진 시간이 되면 거르지 않고 염불 소리가 뒷골에까지 메아리친다. 비전은 염불당念佛堂이기 때문이다. 성공 노스님은 한때 학인學人들에게 경전을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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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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