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해가 짧아졌다. 하루의 반밖에 살지 못하는 노경(老境)이 내게도 찾아와서 어름어름 하루해가 비껴 간다. 몸도 전처럼 활발하지 못하고 계획을 세운 일도 마음처럼 되어주질 않는다. 얼마간은 접어두고 무기력해진 몸을 데리고 사나흘에 한 번씩,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나간다. 그때가 아니고서는 절박하게 와 닿지 않는 일, 걷고 걸으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생각하게 된다. 구부러진 둘레의 완만한 곡선 길을 따라 걷다가 나중에는 운동장 흙길을 반복해서 걷는다. 걷다가 쉼표처럼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살아 있는 존재를 느낀다. ‘존재하라 그리고 동시에 비존재의 조건을 알라’ 비존재의 조건을 알 때, 인간은 자유로워진다는 릴케의 말이 언뜻 이마를 스친다. 숲 둘레에는 어둠이 내리고 수은등이 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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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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