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기 / 이육사
S군! 나는 지금 그대가 일찍이 와서 본 일이 있는 C사(寺)에 와서 있는 것이다. 그때 이 사찰 부근의 지리라든지 경치에 대해서는 그대가 나보다 잘 알고 있겠으므로 여기에 더 쓰지는 않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숙사는 근년에 새로이 된 건축이라서 아마도 그대가 보지 못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청렬(淸洌)한 시냇물을 향해서 사면의 침엽수 해중(海中)에서 오직 이 집안은 울창한 활엽수가 우거져 있기 때문에, 문 앞에 손이 닿을 만한 곳에 꾀꼬리란 놈이 와 앉아서 한시도 쉴 새 없이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다. 내 본래 저를 해칠 마음이 없는지라, 저도 그런 눈치를 챘는지 아주 안심하고 아랫가지에서 윗가지로, 윗가지에서 아랫가지로 오르락내리락 매끄러운 목청이란 귀엽기도 하려니와, 그 노란 놈이 꼬..
수필 읽기
2021. 6.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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