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의 진실 / 오길순
양평을 통과할 때는 상고대도 작별을 고했다. 원주를 지날 때까지 그토록 아름답던 산맥도 앙상해졌다. 알알이 튕겨 나올 듯, 수정처럼 투명하던 고드름도, 신선들이 몰려나와 노래 부를 것 같은 신선도도, 상고대와 함께 녹아버렸다. 거대 빙하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더니 정동진부터 빛나던 상고대산맥은 허상에 불과했다. 달빛매화신선도처럼 신비롭던 태백산맥 그림이 꿈결처럼 지워져버렸다. 도 그러하리라. 갑옷 같은 공작새깃털을 털어내면 갈가마귀의 본 모습이 나올 것이다. 이카루스 날개처럼 드러날 민낯, 만고에 변하지 않을 본모습일 것이다. 구약성서 의 주인공 욥은 ‘그 추잡한 죄를 짓고도 어떻게 하늘의 심판을 받지 않으랴!’ 외쳤다. 그렇다. 상고대가 녹으니 나목만 남았다. 태양처럼 영원히 빛날 표절의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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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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