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까래 / 김광영
가끔 나의 존재를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관공서에서 나랏일 한 공적도 없고 기업체를 이루어 사원을 먹여 살린 공덕도 없고, 더구나 후배 양성할 자격도 갖추지 못했기에 내세울 게 없다. 단지 자영업으로 내 가족 건사한 것뿐인데 그마저도 접고 있으니 삶의 의미가 사라진 듯하다. 애완견과 화초를 키우며 자연에 묻혀 지내다 문득 선방 요사채를 불사할 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사찰의 원주보살 소임을 맡고 있었다. 대선사께서 수행하시던 선원에 불사가 시작되자 신도들의 열성은 불같이 일어났다. 대들보는 오백만 원, 기둥은 삼백만 원, 문짝과 상방, 중방, 하방, 값은 일백만 원, 도리 값은 오십만 원인이었다. 그에 비해 천정을 바치고 있는 서까래 값은 십만 원으로 매겨졌다. 차전놀이에서 장수를 떠받드는 형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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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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