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의 기다림 / 김정미
제9회 동서문학상 은상 크고 작은 서랍 속은 우리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술렁거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서랍 속엔 꽁꽁 입구를 봉해놓은 삶의 씨앗봉투, 미처 볶지 못한 연한베이지색의 커피,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지 못한 작은 공, 다리가 부러진 안경, 고장 난 손목시계가 차곡차곡 넣어졌다. 때론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의 전부였고 만지는 것이 만져지는 것의 전부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입방체의 그 수많은 서랍이란 공간 속에 정작 내가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자리를 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롱 속엔 몇 번 입지 않은 또한 앞으로도 입을 것 같지 않은 내의와 철 지난 옷가지들로 가득 찼다. 이토록 잘 짜여진 수납 공간 속엔 크고 작은 물건들이 용도에 상관없이 뒤 섞여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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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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