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뒷산에서 우는 뻐꾸기 울음이 마을에 가득하다. 소나기가 걷힌 뒤라서 물기를 머금은 울음소리가 싱그럽다. 해마다 듣는 소리지만 그놈의 울음을 듣고 있으면 까닭도 없이 수심에 잠겨, 화창하면 화창한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처량하기 그지없다. 봄이 깊어져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성화같이 울지는 않으나, 간간이 바람을 타는 먼데 소리가 심금을 더 울린다. 그 울음소리가, 야삼경(夜三更)에 우는 접동새만 못해도, 봄날 한나절 우는소리엔 애상(哀傷)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 강산 깊고 짧은 물줄기의 유역과 높고 낮은 산자락에서 우는 그놈의 울음은 청상(靑孀)의 한(恨)처럼 처량하다. 가난하고 서럽던 역사를 정선 아리랑으로 뽑아내는 것 같기도 하고, 갈라진 산하의 시름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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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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