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 한흑구
내 책상 위에는 몇 날 전부터, 석류 한 개가 놓여 있다. 큰 사과만한 크기에, 그 빛깔은 홍옥과 비슷하지만, 그 모양은 사과와는 반대로 위쪽이 빠르고 돈주머니 모양으로 머리끝에 주름이 잡혀져 있다. 보석을 꽉 채워 넣고 붙들어 매 놓은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작은 꿀단지가 깨어진 것같이 금이 비끼어 터진 굵은 선 속에는 무엇인가 보석같이 빤짝빤짝 빛나는 것이 보인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석류의 모양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매끈한 사과와는 달리 무엇에 매를 맞았는지 혹과 같은 것이 울툭불툭한 겉모양 그 속에는 정녕코 금은보화가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나는 아까워서 아까워서 석류 한 개를 놓고 매일같이 바라만 보고 있다. 행여, 금이 나서 터진 그 석을 쪼개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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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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