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복(惜福) / 조이섭
손자 아이를 잃었다. 지난해 세모에 생후 8개월 난 손자를 멀리 보냈다. 여덟 달 동안 집과 병원을 오가다 급기야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로 버티었으나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생명 있는 것은 모름지기 한번은 아름답게 불타오른다던데, 여린 싹을 채 틔우기도 전에 떠났다. 손자도 손자거니와 금쪽같은 아이를 잃어버린 둘째 아들과 며느리의 탈기하는 모습은 차마 보기 어려웠다. 복을 아껴야 한다는 석복(惜福)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마음이 얇은 데다 입마저 가벼워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못하고 다녔으니 무슨 복이 뭉근하게 고일까.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나는 피난민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웃에 온전한 가정이 없었다. 엄마 아니면 아버지가 없었고, 아버지가 있으면 술주정뱅이이거나 무능력자 또는 지독한 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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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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