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밥그릇 / 이청준
37년 전의 반 담임 선생님을 모신 저녁 회식 자리는 이 날의 주빈이신 노진 선생님의 옛 기벽에 대한 추억으로 처음엔 그 분위기가 그저 유쾌하기만 하였다. 노진 선생님은 그러니까 50년대 초중반 전란의 혼란과 궁핍 속에 어렵사리 중학생모를 쓰게 된 우리 중학교의 1학년 3반 담임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중학교 초년 시절 그 남녘 도시의 노진 선생님은, 새 교풍과 학과목, 근엄한 표정의 선생님들 앞에 어딘지 기가 조금씩 움츠러든 반 아이들, 특히 이곳저곳 벽지 시골에서 올라와 낯선 도회살이를 갓 시작한 심약한 지방 출신 아이들을 또래 친구처럼 즐겁게 잘 보살펴 주신 분이었다. 한 예로, 방과 후에 뒤에 남아 빈 교실을 정리해야 하는 청소 당번을 몹시 싫어한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그날그날 종례시간에 갑작스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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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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