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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성11

이 가난한 11월을 / 손광성 이 가난한 11월을 / 손광성 11월은 가을이 아니다. 11월은 늦가을과 초겨울이 만나는 그 언저리 어디쯤이다. 입동(立冬)과 소설(小雪)이 들어 있지만 그것은 달력 속의 절후에 지나지 않는다. 비가 오다가 눈이 되기도 하고 눈이 다시 비로 변하는 달, 진눈깨비의 달, 노란 산국화도 보랏빛 .. 2020. 3. 5.
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 손광성 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 손광성 수련을 가꾼 지 여나믄 해. 엄지손가락만한 뿌리를 처음 얻어 심었을 때는, 이놈이 언제 자라서 꽃을 피우나 싶어 노상 조바심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꾸 불어나서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 고도 지금 내 돌확은 수련으로 넘친다. 나눌.. 2020. 2. 19.
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소리에도 계절이 있다. 어떤 소리는 제철이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떤 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하고 다른 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한다. 어떤 베일 같은 것을 사이에 두고 간접적으로 들어야 좋은 소리도 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우리의 곁을 떠난 .. 2020. 2. 19.
달팽이 / 손광성 달팽이 / 손광성 달팽이를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앞선다. 험한 세상 어찌 살까 싶어서이다. 개미의 억센 턱도 없고 벌의 무서운 독침도 없다. 그렇다고 메뚜기나 방아개비처럼 힘센 다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집이라도 한 칸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허술하기 이를 .. 2020. 2. 19.
서른한 번째 장미 / 손광성 서른한 번째 장미 / 손광성 남대문 꽃시장에 간 것은 네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세 시면 파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리되고 말았다. 생각했던 대로 꽃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은 뒤였다. 살 형편도 못 되면서 보석 가게 앞에서 공연히 서성거리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2020. 2. 18.
억새꽃 / 손광성 억새꽃 / 손광성 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나는 가끔 혼란에 빠지곤 했다. 분명 다른 꽃인데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화라고 불리는 꽃은 얼마나 많은가. 작약도 개목련도 함박꽃이요, 산에서 자라는 크기가 10미터나 되는 교목에 피는 흰 꽃.. 2020. 2. 18.
비 오는 날의 산책 / 손광성 비 오는 날의 산책 / 손광성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가라앉는다. 낮게 떠 있는 구름,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빗줄기, 그리고 나직한 빗소리,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빗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부풀어 있던 감정의 보풀들도 비에 젖어 차분히 가라앉는다. 화창한 날에 느끼던 그.. 2020. 2. 18.
매화는 얼어야 핀다 / 손광성 매화는 얼어야 핀다 / 손광성 오랜 세월 두고 매화만큼 사랑을 받아 온 꽃도 달리 더 없을 듯싶다. 시인치고 매화를 읊지 않으이 없고, 화가치고 매화 몇 점 남기지 않는 이 드물다. 사랑을 받으면 부르는 이름 또한 그만큼 많아지는 것일까. 매화는 달리 부르는 이름이 없다. 청우淸友니 .. 2020. 2. 18.
바다 / 손광성 바다 / 손광성 바다는 물들지 않는다. 바다는 굳지도 않으며 풍화되지도 않는다. 전신주를 세우지 않으며 철로가 지나가게 하지 않으며, 나무가 뿌리를 내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품 안에 진주조개를 품고 식인 상어를 키우더라도 채송화 한 송이도 그 위에서는 피어나지 못한다. 칼.. 2020. 2. 18.
냄새의 향수 / 손광성 냄새의 향수 / 손광성 냄새만큼 생생한 기억도 드물다. 약을 달이는 냄새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쑥과 망초의 후텁지근한 냄새 속에는 타 들어가는 고향의 들판이 있다. 여치와 산딸기를 찾아 가시덤불을 헤치고, 게와 동자개와 그리고 모래무지 같은 것을 쫓아 질펀히 흐르는 강을 헤.. 2020.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