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송 / 김동리
돌과 흙과 쇠 같은 따위들은 그 깸 없는 깊은 잠에 주검처럼 굳어진 자들이라, 일깨워 우리와 사귈 수 없고, 조수와 충류들은 생로병사에 사람의 아픈 바를 지니되, 그 신령한 바를 갖추지 못하니, 또한 더불어 살기에 나를 기를 것이 없다. 수목은 이와 달라, 돌, 흙, 쇠같이 깸 없는 잠으로 굳어진 자도 아니요, 꽃으로 잎으로 또는 열매로 그 생명의 다양한 변화가 사람의 얼굴에서처럼 발랄하되, 그 생로병사에 신음 없이 의젓함은 조수, 충류에서 멀다. 깨어 있으되 소란하지 않고, 삶을 누리되 구차하지 않음이 사람에서는 지인달사의 풍모라고나 할까? 우리가 수목에서 가장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그 장수라 할지니, 느티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녹나무, 회화나무, 편백나무 따위들은 그 수명이 천 년에 이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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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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