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제2회 순수필문학상 색이 터졌다. 이른 아침, 갈색 화분에서 잎 하나가 고개를 뾰족 내밀었다. 연필심만큼이나 자그마한 싹이다. 날 때부터 초록 옷을 입은 싹은 흙 속에서 단연 돌올하다. 흙의 진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눈치 채지 못하게 생명을 잉태한 후 조용히 품고 있었나 보다. 큰일을 하고도 짐짓 태연한 걸 보니 흙의 몸에는 신비로운 비밀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갓 태어난 초록은 수직의 상승을 꿈꾸는 듯 너볏하다. 소생의 계절은 흙의 아우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초록의 움직임에 땅속은 분주해지고 대지는 서서히 몸을 연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안오한 음지를 박차고 모험 속으로 뛰어든 초록들은 여리지만 당차다. 봄은 기다림과 어울림의 계절이다. 기다림 속에는 봄을 봄답게 하는 초록의 존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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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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