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 어머니는 빈손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지팡이를 잊고 손가방마저 잊었다. 행여나 떼놓고 갈까 봐 몸만 따라나선 모양이다. 아흔 줄에 선 어머니의 걸음이 위태위태하다. 한 발짝 뗄 때마다 이마 골 주름도 덩달아 깊어간다. 그 속에 잠긴 수심이 동굴 속 그림자 같아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든다. 골굴사는 사람의 뼈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신라의 고승, 원효가 열반에 든 절이라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풍화되었던 걸까. 암흑색 살점을 다 뜯기고 앙상한 뼈대로만 서 있다. 나뭇가지가 삭정이처럼 내려앉아 거무칙칙하여 기괴해 보인다. 바위의 윤곽선마저 거미줄 친 것처럼 얽혀있어 절이라기보다는 버려진 성채에 가깝다. 골굴사는 자연 타포니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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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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