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방 / 류창희
아버지의 방이 없다. 방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열 수 있는 문고리와 외풍을 막는 문풍지가 있었는지 아랫목은 따뜻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수필가는 아버지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을 보며 자랐다는 표현을 했다. Y선생은 딸과 사위가 우산을 받들고 나란히 집으로 오는 모습을 마음의 벽에 걸었고, J씨는 대학시험에 떨어지던 날 ‘어이구 가시나야’ 하며 돼지고기 반 근을 사 오신 아버지의 사랑을 온전한 한 근으로 마무리했다. 시를 쓰는 J선생은 화가라는 호칭으로 전시회도 여는데, 미술을 하고 싶어 방황하던 여고시절 완고한 아버지가 자신을 방에다 가둬놓고 감시를 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가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혹은 아버지 사랑에 대한 글을 읽을 때, 나는 참으로 생소하다. 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
수필 읽기
2020. 8. 11. 13:0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