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1950 / 이기식
내 방의 창문 바로 앞이 조그마한 숲이다. 몇 종류의 나무가 있긴 하나 거의 아카시아다. 5월이 되면 창문은 탐스럽게 핀 아카시아를 잔뜩 그려놓은 액자로 착각할 정도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볼 때마다 쑥쑥 자라는 모양이 눈에 띈다. 하얗고 탐스러운 꽃들이 향기와 함께 창문으로 고개를 드려 민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꽃송이들이 점차로 사람 얼굴로 변한다.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다. 어릴 때, 자주 놀러 다니던 산에서 보았던 그 아카시아인지도 모르겠다. 번식력이 강해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을 살리기 위하여, 아카시아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삽시간에 전국에 퍼졌다고 하니, 그 나무의 후손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 6.25 한국동란이 났을 때, 우리 가족은 동대문 옆의 창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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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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