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암탉이다. 첫 문장을 써놓고 골똘히 바라본다. 짧고, 의미도 간결해 첫 문장으로 제격이지 싶다. 근데 다시 읽어보니 사람인 내가 암탉이 될 수는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나와 암탉 사이가 너무 멀다. 어린 시절 나는 외갓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외할머니는 장독대의 눈이 녹기가 무섭게 양계장을 청소하고, 날개에 갓 깃털이 돋은 삼십여 마리의 병아리들을 채워 넣었다. 그때부터 물과 모이를 주는 것은 나의 소임이었다. 병아리들은 쑥쑥 자랐다. 솜털이 빠져 민들레 갓털처럼 양계장을 휘휘 돌아다녔다. 꽁지깃이 나고 봉숭아꽃색 벼슬이 맨드라미꽃처럼 붉어지면 중닭이 되었다는 표시이다. 나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산란용 사료부대를 헐고 푸성귀를 썰어 부지런히 모이를 주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맞았다. 그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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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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