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벽화 이야기 / 김재희
분명 잘못된 그림이었다. 어느 산사에서 절 안팎을 둘러보며 벽화를 감상하고 있는데 좀 잘못 그려진 부분이 있었다. 왜 저렇게 그렸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그림이었다. 『빈두설경(賓頭設經)』에 「우물 안의 나그네」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미쳐서 날뛰는 코끼리를 만나 도망치다가 우물 속으로 피신을 하게 되는데 마침 우물터에 있는 등나무 줄기를 타고 들어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물 밑을 내려다보니 무서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밖에는 성난 코끼리요, 안에는 독을 품은 독사니 진퇴양난이다. 간신히 등나무 줄기에 생명을 걸고 버티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쥐들이 그 줄을 갉아 먹고 있지 않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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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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