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는 텅 빈 무대다. 작가는 종이 위에서 연출자이고 모노드라마의 배우이다. 백지 위의 공연은 몇 백 회를 넘어도 막이 올라가면 심장이 멎는 듯하다. 배우는 관객의 마음을 피땀 흘리는 연기 하나로 사로잡아야 한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에 밝은 조명이 켜지면 순간, 배우는 앞이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응시하는 무서우리 만치 냉정한 관객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낀다. 절대 고독의 순간이다. 백지 위의 첫 줄, 호흡을 맞출 상대역도 연출도 없는 무대에서 첫 동작을 시작한다. 비어있는 백지는 거대한 강이고 하나의 문자는 작고 작은 돛도 없는 조각배다. 상처 난 손으로 힘없는 노를 저어 거센 강의 물살을 헤쳐 가야 한다. 물살에 잡혀 강의 심연으로 가라앉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 잡힌다. 모노드라마의 배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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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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