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벌 논가에선 개구리들이 소나기 소리처럼 울어 대고, 삼밭에선 오이 냄새가 풍겨오는 저녁, 마당 한 귀퉁이에서 엉겅퀴, 다북쑥, 이런 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한 데 섞여 타는 냄새란 제법 독기가 있다. 거기에는 모깃불 이외의 값진 여름밤의 운치가 있다. 달 아래 호박꽃이 화사한 저녁이면, 군색스럽지 않아서 좋은 넓은 마당에는 모깃불이 피워지고, 그 옆에는 멍석이 깔려지고, 여기선 여름살이 다림질이 한창 벌어진다. 멍석에 이렇게 앉아 보면, 시누이와 올케도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고, 지긋한 나이를 한 어머니가 큰 아기에게 다림질감을 붙잡히고 들려주는 별처럼 머언 얘기가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저녁, 함지박에는 갓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오란 옥수수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오는 법이다. 쑥댓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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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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