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숭아는 이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봉선화”하면 한복을 차려입은 단아한 여인이 생각난다. 그러나 “봉숭아”하고 부르면 갈래머리 소녀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그래서 난 ‘봉숭아’라는 이름이 더 좋다. 봉숭아는 화려하지도 않고 꽃밭 한 가운데 서있지도 않는다. 장미처럼 정염을 사르며 화려함을 뽐내지도 않고, 해바라기처럼 크지도 않다. 그저 꽃밭 가장자리나 뒤편에 피어 있다가 자기를 눈여겨보는 사람에게만 다소곳이 눈인사를 보낸다. 그러나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온 몸에 가득 품어 안은 꽃이기도 하다. 동백처럼 모가지 째 뚝뚝 떨어지는 꽃. 떨어져서도 제 빛깔을 잃지 않는 꽃. 그 꽃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 뜨거운 태양을 제 안에 몰래 품는다. 수수한 촌부처럼 서있는 그 꽃이 정말 그렇게 뜨거운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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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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