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왼쪽 엄지발가락이 살살 아파온다. 퇴근 후에 양말을 벗다 말고 왼발을 살핀다.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휘어져 있고,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뭉툭한 모양새가 나무의 몸에 박힌 옹이 같다. 서러운 제 속내를 소리 없이 꺼내놓기라도 하는 듯 돌출된 관절이 빨갛게 부어 있다. 슬픔이라는 바닥짐을 지고 혼자서 외로이 여기까지 걸어온 무소의 뿔 같기도 하다. 살아온 내력은 이리도 선명히 좁은 틈 비집고 아픔을 내민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태권도장에서 대련을 했다. 나의 옆차기 공격을 방어하는 상대방의 주먹에 맞아 엄지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몹시 아파 절뚝거리며 집으로 왔지만, 혼날까 봐 어머니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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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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