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똥을 뺀 멸치의 배가 홀쭉하다. 잘 건조된 듯하지만 바다에서 한 생을 보낸 몸에서는 채 마르지 않은 비릿한 바다의 흔적이 묻어난다.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습기를 날린 멸치와 표고, 무, 다시마와 함께 대파는 뿌리 채 한 솥에 넣고 푸욱 우려낸다. 하얀 김서리에 묻어나는 멸치 다시물냄새에 굳게 닫혔던 마음이 빗장을 연다. 남해 통영에서 멸치 두 박스가 택배로 왔다. 육수용과 죽방멸치다. 뒤죽박죽 서로 엉켜서 담긴 육수용 멸치와는 달리 죽방멸치는 한 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 정연하다. 마치 반듯한 선비의 자세를 보는 듯하다. 꼬리의 지느러미는 속살이 보일정도로 투명하다. 은빛 비늘 하나라도 상처를 입을까 조심스럽게 다룬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항의 흔적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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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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