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장미숙
매장 앞 도로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노인의 등이 낯설지 않다. 근처 마트 앞에서 자주 마주치는 노인이다. 낡은 파란색 조끼와 구부정한 등에 쌓인 세월의 그림자가 짙다. 노인은 인도와 차도 경계에 앉아 있다. 오늘을 햇볕이 달라붙은 시멘트 바닥이 그의 휴식천가 보다.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옆에 두고 노인은 미동이 없다. 노인의 존재에 아랑곳없이 차들은 매연을 뿜으며 지나간다. 차 안에 있는 사람들도, 길가는 사람들도 무심하다. 노인 또한, 매연이나 소음에 반응하지 않는다. 휴식이 필요해 보이지만, 폐지를 줍는 그에겐 정해진 자리도, 정해진 시간도 있을 턱이 없다. 앉는 곳이 그의 삶이고, 다리를 뻗는 곳이 그의 쉼터다. 도로 건너편에도 두 사람이 쪼그려 앉아 있다. 그곳은 건설자재 회사고, 앉아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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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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