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꼴찌 / 권정생
송서방네 부부는 서로가 많이 다르다. 둘이 어디든 외출을 하게 되면 집을 나설 때는 같이 가는데 돌아올 때는 꼭 따로따로다. 함께 걸으면 어느새 송서방은 저만치 앞서가고, 부인은 이만치 뒤처져버린다. 송서방은 몇 번 뒤돌아보고 왜 빨리 안 걷느냐며 투덜대고, 부인은 부인대로 좀 천천히 걸으면 될 텐데 뭐가 그리도 급하길래 빨리 가는지 하며 섭섭한 것이다. 부부는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데, 따져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 아니다. 따로따로 떨어진 몸이 어떻게 한 몸이 되고 한마음이 된단 말인가. 걸음이 빠른 송서방이 걸음이 느린 부인과 함께 발을 맞춰 걷는다는 게 어렵고 걸음이 느린 부인이 빨리 걷는 남편을 따라가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부지만 함께 걷는 것은 어렵다. “발 맞추어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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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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