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顚覆 / 김은주
젊은 치기와 늙은 달관이 한 몸에 존재한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끌고 우주 밖으로 떠나갓다. 바이올린은 켤 수도 있지만 끌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준 그는 전복과 발칙함을 일생의 미덕으로 삼았다. 그는 흰 장미가 드리운 관 안에 배추 색 저고리를 입고 두 손은 가지런히 배 위에 놓은 채 누워 있다. 생전의 그의 삶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가는 순간은 고요할 수밖에 없나 보다. 피아노를 부수고 관객의 머리에 세제를 부으며 자신의 알몸이 첼로가 되기도 했던 그의 생전모습을 기억하자니 고요한 그의 모습이 낯설기 그지없다. 조사弔使를 마친 오노 요코가 옆 사람의 넥타리를 자른다. 조문객 역시 일제히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자르기 시작한다. 혹 비싼 넥타이라면 나중에 그를 만나 보상받으라는 사회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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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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