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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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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항아리 / 김희숙 (1)
쪽항아리 / 김희숙

2022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그가 움직인다. 손짓춤에 살결 같은 무명천이 내려서고 조리질에 참깨 올라오듯 누런 진흙물이 일어난다. 토닥거리며 매만지고 빠른 장단으로 휘몰아치니 항아리 안에 울돌목 회오리바람이 인다. 강바닥이 뒤집힌 듯한 너울에 정신이 혼미하다. 토해낸 물거품이 모여 수런거린다. 그가 젖은 천을 치켜들고 훑어 내리자 하늘 한 조각 떼어온 양 푸른 쪽물이 주르륵 쏟아진다. 흙을 빚어 태어났다. 잘록한 목선 타고 흘러내린 허리는 어린아이 두어 명을 거뜬히 품을 정도로 넉넉하고 진한 흑갈색 겉옷엔 빗금 몇 개 그어 멋을 부렸다. 풍만한 맵시는 미스 항아리 대회라도 나섰더라면 등위 안에 당당히 들었을 것이다. 닥치는 대로 녹여버릴 듯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살이 타들어가는 뜨거움을 견딜..

수필 읽기 2022. 1.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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