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큰 딸이 만들어 온 청첩장에 남편의 이름이 없었다. 양친의 이름 뒤에 소롯이 달린 사위와는 달리 홀어미 뒤에 달랑거리는 이름. 순간 아이가 조금 추워 보였다. 내가 오랜 시간 부여잡고 버틴 분투에서 명백하게 패배하는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그간 부서진 틀의 모서리를 붙들고 휘청거릴 때마다 때론 불안하게, 때론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아이가 하는, “이제 그만 손을 떼도 좋다”는 무언의 허락이었다. 비로소, 불안했으나 고집스럽게 이어 붙여 놓은 틀이 완전히 부서졌음을 인정해야 했다. 아니 오히려 자꾸 부서지고 틀어지는 아귀를 맞추고 수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는 후련함이 더 컸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아이의 아비는 어느 날부터 가족 명단에서 슬금슬금 빠졌다.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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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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