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갔다. 텅 빈 플랫폼에서 방금 떠난 열차의 긴 꼬리가 보인다. 또 후회한다. 집에서부터 조금만 서둘렀더라면 동네의 셔틀버스를 놓치지 않았을 테고, 그랬다면 방금 떠난 전동차를 탔을 테고, 그랬다면 목적지에 닿을 때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는 일은 없을 텐데.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이 지상의 모든 것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파스칼의 말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생각난 것은 오늘뿐이 아니다. 해마다 나의 신년 계획은 '품위있게 외출하자'는 것이다. 이 작은 다짐 하나 지금껏 실행에 옮기지 못하니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또 모를 일은 이렇게 위태위태하면서도 목적지에 닿으면 지각할 때보다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갈팡질팡 허둥대는 나를 오늘까지 지탱해 ..
수필 읽기
2022. 2. 11. 08:0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